디즈니의 1991년작 장편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소식을 접한 후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보게 되었다.
원 애니메이션을 최대한 잘 살리려는 기획 의도에 맞는 제작이었다. 뮤지컬 형식과 캐릭터 설정, 배경과 의상 등을 그대로 가져와 잘 재현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실사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만족할 만하다. 벨이 사는 작은 마을의 이미지, 파란 의상, 집, 성의 이미지, 성 내부 디자인, 사물 하인들 등 영화 내 많은 미술, 의상, 시각효과 비주얼이 굉장히 아름답고 높은 수준의 것이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미장센으로 벨이 머물게 된 민트색의 방이나 'Be Our Guest' 노래가 나오는 만찬 장면, 'Beauty and the Beast' 노래와 함께 춤을 추는 무도회 장면, 마지막 결말 장면을 꼽을 수 있겠다. 특히나 만찬 장면은 좋은 비주얼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법한 장면이었는데 원작과는 또다른 화려하고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있었다. 반면 원작에서 굉장한 서프라이즈 효과가 있었던 도서관 공개 장면이나 마법이 풀리는 장면은 이번 영화에서는 다소 덜 강조된 면이 있었다.
음악의 경우 첫 도입 부분이 원작에서 작품의 전체 분위기를 많이 주도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꽤 중요한 역할을 한 듯하다. 신비로운 배경음악과 함께 성의 마법에 대한 이야기 후 제목이 나타나고 벨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 장면에서 비로소 원작이 실사화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며 원작을 사랑한 팬이라면 꽤나 감동적이기까지 할 수 있다. 'Belle' 노래의 활기찬 분위기를 뮤지컬 무대로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소 극적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다. 'Be Our Guest', 'Beauty and the Beast' 등 메인 넘버들이 등장하는 장면들도 음악과 분위기의 조화가 손색 없었다.
이번 영화에서의 원작과의 차별점은 새로운 노래의 추가인데 특별히 튀거나 거슬리지 않았고, 리메이크만의 묘미가 되었다.
스토리상으로 새로 추가된 노래와 함께 비하인드가 추가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평이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비하인드가 궁금했던 관객이라면, 혹은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면 마음에 들 수 있을 것이고, 영화의 흐름이나 짜임새상 불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편 캐릭터 해석의 변화는 원작보다 더 발전한 부분도 있었다. 벨의 경우 좀 더 진취적인 여성으로 그려지도록 발명가 설정이 더해졌다. 이러한 부분이 결말에서 한 번 정도는 꿈을 이루었다는 것을 언급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전에 비해 발전한 부분이다. 지적인 호기심도 더 강조되거나 위기의 순간에 더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는 점들도 보였다. 벨의 아버지 캐릭터의 경우 원작보다 더 딸을 위하는 강직한 아버지로 그려졌다. 원작에서는 다소 아버지가 어리숙하게 그려진 면이 있다면 이번에는 아버지의 사랑이 더 입체적으로 표현되었다. 또 흑인으로 바뀐 캐릭터들도 있고 성소수자를 암시하는 캐릭터들도 등장했다. 여러 면에서 디즈니가 지난 몇 십년간의 작품들 속에서 비판되어왔던 요소들을 극복하고자 다양성의 가치 표현이라는 최근 행보에 맞는 설정들이다.
원작에서의 섬세한 감정선 표현을 위한 대사 템포, 편집 리듬 등은 잘 살리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제작 전반에 공을 들이면서 중심을 잘 못 잡았던 것인지, 원작의 중요한 포인트를 세심하게 연출해내지는 못했다.
디즈니 르네상스 시절 애니메이션들의 실사화 프로젝트가 매우 흥미롭다. 신데렐라나 정글북은 고전 애니메이션 원작이지만 최근 실사화가 꽤나 재미있었고, 이번 미녀와 야수는 상당히 많은 팬들이 있는 원작 2D 작품의 실사화라 더 많은 기대를 받았던 것 같다. 그만큼 황홀하고 감격적인 기분은 분명 있다. 큰 스크린에서 이를 꼭 확인할 만하다고 본다. 그리고 차기로 계획된 라이온킹의 실사영화가 이어서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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