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형은 브로코미디를 키워드로 코미디에 힘을 주어 홍보를 했다. 그런데 언론시사평을 보고 나니 신파 요소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는 전형적인 한국형 신파코미디일 거라 예상이 되면서 기대감이 조금 떨어졌다.

영화 초반에는 무난한 코미디로 나가고 중반 이후부터 신파로 선회를 하면서 대사에는 코믹코드를 계속 넣긴 한다.
집 나간지 십수년 되어 수감중인 사기범 형이 실명된 유망했던 운동선수 동생을 핑계로 일 년간 가석방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양아치 형, 단호하고 차가운 동생의 성격 설정으로 둘은 처음에 관계가 삐걱거리고 후에 정이 들어 원만한 관계가 될 것임을 단번에 짐작할 수 있었다. 심지어 성실하고 유망했던 운동선수가 실명이 됐다니 형의 시선과 동생의 심경 변화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그 둘 사이 각자의 입장을 바라볼 코치 역할도.

상스럽기 짝이 없고 동생을 전혀 봐주지 않는 것 같지만 왠지 계속 신경쓰는 형 고두식. 미리 돌보지 않을 것을 선포했지만 아직 시각장애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지 못해 불편을 겪는 동생 모습을 보자니 신경이 쓰인 것이다.
동생 고두영은 모든 걸 잃고 폐인처럼 살다가 느닷없이 들이닥친 형 때문에 처음에 더 괴로워진다. 가시돋힌 것처럼 모든 언행에 날이 서 있고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도 없다.
결국 집에 들린 코치가 영양실조 상태를 발견하고 병원에 가고는 형제 관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냥 서로 없는 듯 사는게 아니라 억지로나마 부딪힌다. 밥을 꼭 먹게 한다든지.
다만 처음에 형제관계가 굉장히 적대적이었고 15년이라는 빈 시간도 있는데 조금은 급작스럽게 둘 사이가 변화했다는 것이 아쉽다. 좀 더 점진적으로 섬세하게 진전시켰더라면 좋았을텐데, 그 과정이 너무 딱딱 나열하듯 뭔가 연결감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코미디가 펼쳐지는데 배우들의 합이나 표현력이 꽤 괜찮다. 특히나 조정석의 사실적인 연기가 인물에 입체감을 더했다. 그 옆에서 박신혜의 연기는 다소 극적이라 톤이 어우러지지 않고 뜨는 경향이 있어 같이 붙은 씬에서는 극의 현실감이 떨어진 것이 아쉬웠다. 신학교 휴학생역이 소모적이지 않고 의외로 기능이 다양하고 중요했던 점은 괜찮았다. 이 역의 코미디나 극중 인물들에게 갖는 의미면에서.

그런데 불편했던 점은 여성캐릭터가 타자화되고 평면적인 걸 넘어서 차별적 시선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코치가 처음 등장할 때, 장을 봐와서는 쑥대밭이 된 집안을 깨끗이 청소해주고 요리까지 해주는데 이 우렁각시 설정이 진부하고 구시대적이다. 안쓰러운 동료에게 친절을 베풀고자 하는 측은지심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이 꼭 집안일로 표현이 되었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무척 촌스러운 방식이다. 그리고 새엄마가 의붓아들에게 과하게 헌신적이었다거나 이런 부분들 역시 너무도 고정된 편견 속 착한 여자 캐릭터의 표현이었다. 착한 여자는 밥을 잘 챙겨주고 집안일을 잘하여 남자에게 봉사한다는 설정.  여기까지는 그나마 좋게도 해석할 수 있는 면이 아주 없지는 않다. 코치의 두영에 대한 마음이나 새엄마의 두식에 대한 마음이 전달되니까.
그런데 문제는 여자 유혹에 관한 장면들인데, 클럽씬들 자체도 성적대상화 연출이 좀 보였지만 그보다는 두영에게 접근한 극중 못생긴 여자 설정이다. 이 역할은 굳이 말투나 표정을 과하게 매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됐다. 거기다 남자를 굉장히 밝히는 듯하게 묘사되고는 스킨십을 적극적으로 한다. 이를 본 두식이 식겁하고는 떼어내고 넌 여자가 아니라는 대사를 코믹하게 친다. 이 대사가 굉장히 문제적인데 못생긴 여자는 여자가 아니라는 말도 틀릴 뿐더러 정치적 올바름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심지어 이것을 웃음의 코드로 사용을 한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인종, 성별, 성정체성 등 모든 문제에 대입해봐도 마찬가지이다. 이 못생긴 여자에 대한 경험은 이후에 계속 외모가 어떤지 평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조롱한다. 애초에 그 평가부터가 문제인데 이것으로 웃음을 유발하려 하고 주인공들의 관계를 가깝게 해주는 장치로 이용한다. 내내 감독이 여성을 전혀 모르고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보단 타자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느낌이 물씬 났다.
영화는 자고로 사회적 편견에 반하는 시선을 보여주는 역할이 매우 크다. 문화적인 영향력이 사회적인 의식에 미치는 정도가 크기에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게 의미가 있고 변화를 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작품들이 높이 평가되는 것인데 이러한 부분이 전혀 없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도 없다. 그저 그동안 표현된 것들을 답습했을 뿐.
그 외에 두영이 처음 지팡이를 짚고 집문을 나설 때 환한 조명으로 하얀 세상을 향해 나가는 장면은 매우 촌스럽고 개성 없는 연출이었고, 마지막쯤 경기장에서 판정 끝나기도 전에 느닷없이 형을 애절하게 외치는 두영의 행동 연출도 스포츠인으로서 프로패셔널하지 않고 국제경기의 매너에서도 어긋나보여 감동은커녕 어색하고 이상하기만 했다. 경기가 완전히 끝나고 그러든지 매체 인터뷰중 그러든지 시상중에 그러든지 다른 설정은 얼마든지 많았고 굳이 꼭 외치는 방식을 택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일차원적인 표현보다는 한 단계 더 들어간 표현이 세련되고 울림도 깊었을 것이다.
음악 연출은 정말 식상하고 촌스러워 인위적인 인상을 주었다. 여기서 웃어라 여기서 울어라 여기서 긴장해라 이렇게 노골적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이라 오히려 감정 느끼는 데에 방해가 되었다. 조금 뒤에 물러선듯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어떤 웃긴 부분에선 웃고 어떤 슬픈 부분에선 울 수도 있었던 건 배우의 연기 덕이었다. 그걸 온전히 느끼기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이 있어 몰입이 깨지기도 했을뿐.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아예 코미디 장르에만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제일 크다.



장애 요소도 꼭 신파로 쓰이지 말고 그냥 자연스러우면서 세상 속에 있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평범한 일상이라는 느낌을 코미디를 통해 유쾌한 분위기로만 풀었다면 더욱 선입견 깨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시종일관 코미디 장르여도 메시지의 깊이는 얼마든지 깊을 수 있고 잘 전달될 수 있다. 표현하기 나름인데 참 아쉽다. 오직 코미디 장르이기만 한 좋은 한국영화가 부족한 상황인데 말이다.

그래도 일차원적 표현방식일지라도 형제관계의 의미, 함께 서로 돕고 사는 것의 중요성,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 등 좋은 메시지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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